5월쯤부터 여러 매체를 통해서 내가 지금 목표로 하고 있는 것들, 좋아한다고 생각한 것들에 대해 다시 생각해 봤다. 남의 시선이 신경 쓰여 애써 좋아하고 목표하고 있는 부분을 나에게서 찾을 수 있었다. 그래서 진심으로 좋아하고 즐길만한 것들을 생각하다 보니 고등학교 때부터 타고 싶었던 오토바이가 생각이 났다. 마침 도쿄 리벤져스 애니도 보고 있어서 더욱 오토바이에 대한 관심이 커져갔다. (특히 마이키 오토바이가 멋있어 보였다 👍)
검색을 통해 1종 보통 면허로 125cc 매뉴얼 바이크를 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스쿠터와 매뉴얼 바이크 두 가지 옵션이 있었고 스쿠터 같은 경우 스로틀을 감으면 앞으로 나가기 때문에 비교적 쉽게 입문할 수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기계적인 조작과 바이크 형태가 매뉴얼 바이크가 끌려 매뉴얼 바이크 위주로 알아봤다. 게임하면서 알게 된 지인 중에 바이크를 타시는 분이 있어 전화로 물어보기도 했다. 그러면서 생각보다 바이크는 돈이 많이 든다는 것을 깨닫고 돈을 모으기 시작했다.
주변에 바이크 타시는 분이 있으면 미리 좀 타보고 결정할 수 있었겠지만 딱히 없었고 2종 소형 면허를 취득하자니 알아본 학원은 멀리 있었다. 운전면허시험장도 대구에 있어 시간을 내어 방문하기가 어려웠다. 어느 날 버스 타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2종 소형을 취득할 수 있는 학원의 현수막을 보게 되었다. 현수막이 걸린 학원은 구포동 쪽에 있어 그나마 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 워크숍을 갔다 온 후 오후에 시간이 있어 학원에 가서 등록을 했다. 등록비는 486,200원이었다. 학원 수강은 앞에 데스크에 있는 분과 시간 협의를 해서 수강하는 방식이었다. 만약 해당 시간에 못 오게 된다면 적어도 하루 전에 미리 알려줘야 수업 수수료를 면할 수 있는 구조였다. 평일에도 저녁 8시까지 하기 때문에 일 끝나고 수강하기에도 괜찮았다. 등록한 바로 다음날 토요일 오전에 기능 연습 3시간 수강을 예약했다.
학원 갈 때까지만 해도 흐리기만 한 날씨였지만 도착하고 나니 비가 왔다. 비가 와도 우의를 입고 바이크를 탈 수 있었다. 연습용 바이크는 mt-03이었다. 직접 앉아 사이드를 올려보니 생각보다 많이 무거웠다. 왜 바이크를 타다가 제꿍 하는지 바로 알게 되었다.
처음엔 출발연습 후 크게 도는 연습을 한 시간 반정도 했고 이후 제대로 코스를 탈 수 있었다. 시동을 걸고 어떻게 코스를 도는지에 대해서 알려주고 계속 뺑뺑이 돌리는 식이었다.
첫날이라 굴절코스, 직진코스를 제외하고는 재미있게 탔다. S자 코스와 꼬깔콘 코스는 너무 긴장해서 핸들을 훅 꺽지 않는 이상 감점하기는 어려워 보였다. 본격적으로 코스를 연습한다기보다는 클러치 조작과 같은 바이크에 적응하는 시간이었다.
다행히 1종 보통 면허가 있어 적성검사는 하지 않았다. 학과 3시간이 있어 평일 6시에 2시간, 1시간으로 들었다. 그리고 기능도 7시간 남았기 때문에 평일에 2시간 들었다.
평일에 기능연습을 다할 수 있었지만 시험 전에 적응하는 것이 좋아 보여 몰아서 하자고 생각이 들었고 금요일에 기능시험이 있기 때문에 휴가를 내고 목요일에 저녁에 2시간 금요일에 3시간 기능교육 후 기능 시험 쳤다.
금요일 연습 중 직진코스 이후 정차하다가 제꿍을 한번 했다. 왜 바이크탈 때 장비를 해야 하는지 느꼈다. 바이크 무게에 그대로 눌리다 보니 왼쪽 무릎에 멍이 들었다. 아프긴 하지만 시험 전에 액땜한다고 생각했다.
굴절코스도 성공률이 75%쯤 되니 시험도 어렵지 않겠구나 생각했다. 시험 시간이 되자 다들 긴장한 듯 보였고 나도 점점 차례가 다가오니 긴장했다. 처음으로 도전한 분이 시험을 만점으로 합격했다. 속으로 나도 이 기운을 받아 합격해야겠다 생각했다.
내 차례가 되었고 출발해서 굴절 진입하고 왼쪽으로 잘 꺾었다 생각했지만 탈선으로 감점당하고 당황해서 우측 굴절 코스를 나올 때 균형을 잡지 못하고 발을 디뎌 버렸다. 떨어지고 굉장히 허탈했다.
그래도 남으신 분들 시험 치르는 것을 봤는데 한 분은 이탈했었도 빠르게 코스를 지나가버려서 감점당하지 않고 넘어가서 합격했다. 그 장면을 보고 나도 다음 시험에는 저렇게 해야겠다 다짐했다.
아쉬운 마음을 가지고 다시 재시험 신청을 했다. 금액은 38,500원이었다. 전혀 저렴하지 않은 가격이다. 화, 금 오후 3시 반에 시험이 있기 때문에 회사에 양해를 구하고 오후에 시험을 쳤다.
주말을 보내고 복기하면서 마음 졸이며 다시 시험에 도전한 화요일, 이번엔 핸들링 감도 없고 균형이 전혀 잡히지 않았다. 그래서 굴절코스 첫 코너를 돌고 완전 탈선을 해버렸다. 정말 아깝지도 않아서 절망스러웠다.
금요일 다시 신청해서 다시 도전했다. 이번에도 역시 같은 방식으로 떨어져 버렸다. 어렵다고는 하지만 쉽게 붙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어서 그런지 실망도 많이 했고 자존감도 많이 깎였다.
문제가 무엇이었는지 유튜브를 보고 글을 보며 찾았다. 내가 생각하기에 나의 문제점은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바이크와 넘어지는 것을 두려워했다. 이는 핸들을 돌리는데 영향을 줬다. 더 이상 핸들을 돌렸다가 넘어질 것 같아 핸들을 크게 못 돌린 것이 문제라고 생각했다. 안전장비를 착용하기 때문에 넘어져도 덜 다칠 것이고 그냥 저속에서 넘어진 것이라 크게 문제 될 게 없다. 그러니 과감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두 번째는 핸들감을 찾는 것이다. 이것 때문에 125cc 바이크를 살까 생각이 들 정도였지만 방법이 있었다. 시험 치기 전에 앉아서 핸들을 열심히 돌려보는 것이다. 그럼 핸들의 무게감이 느껴져 시험칠 때 훨씬 핸들링을 잘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4번째 시험날이 되었고 긴장을 최대한 풀면서 시험 준비할 때 핸들을 좌우로 3~4번 정도 돌려봤다. 어디까지가 최대이고 무게감이 어떤지 어느 정도 감을 잡고 시작했다.
첫 코너를 돌았다. 이전과 다르게 핸들을 잘 돌려 안정적으로 넘어갔지만 뒷바퀴가 탈선되어 감점되었다. 우측 코너만큼은 잘 돌자고 생각했고 핸들링 잘못해서 넘어지더라도 발은 절대 딛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코너를 돌았는데 완벽하게 나올 수 있었다.
가장 어려운 굴절코스를 지나고 나니 더 긴장이 됐다. 그래도 침착히 S자 코스와 꼬깔콘을 지나 직선 코스까지 왔다. 처음에 속도를 내려했지만 좌우 균형이 안 잡히는 듯해서 그대로 직선코스를 올라갔다. 긴장이 돼서 조금은 좌우로 움직였지만 감점 없이 코스를 벗어나 시험에 통과했다. 나도 모르게 "어우" 하며 소리를 질렀다. 4번 만에 붙으니 기분이 너무 좋았다.
시험에 합격하면 두 가지 선택지가 있는데 하나는 직접 서류를 받아 면허시험장이나 경찰서에서 면허증을 수령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학원에서 신청해서 일주일 뒤에 학원에서 받는 것이다. 처음엔 학원에 맡길 생각이었지만 주말에 대구를 갈 시간이 있을 것 같아 서류를 받아왔다.
주말에는 운전면허시험장이 운영을 안 하기 때문에 금요일에 반차를 사용하여 운전면허 시험장에 가서 수령했다. 사람이 꽤 있긴 했지만 접수를 하고 나서 15분도 안 돼서 면허증이 나왔다.
이제 면허증도 수령했고 바이크를 사서 타면 되지만 당장 살 돈도 없고 생각보다 주변에서 많이 말렸다. 그래서 좀 더 생각해 보고 여유가 될 때 바이크를 타려고 한다. 바이크를 타면서 영상도 찍고 싶고 여러 곳을 둘러보는 상상을 해본다.
바이크에 대한 경험이 있거나 주변에 바이크를 빌려 연습할 수 있는 상황이면 면허시험장에 맨땅에 헤딩하는 것이 나쁘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그럴 여건이 안되거나 마음 편하게 따고 싶다면 돈이 들더라도 학원을 방문해서 면허를 따는 것을 추천한다. 나도 여러 글과 영상을 통해 도움을 받았는데 나의 과정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