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ruction
인간실격의 캐릭터를 모티브로 한 애니메이션을 보다가 문득 그 내용에 대해서 궁금해진 상태에서 친구와 약속 때문에 이수역에 들렀는데 알라딘 중고 서점이 눈에 보여 들어가게 되었다. 그래서 인간실격과 다른 책 한 권을 구매했다. 이제 것 주로 자기 개발서만 읽다가 소설을 읽으니 어색했지만 이제는 소설의 재미를 알았다. 뒤로 갈수록 책의 분위기가 많이 어두워지지만 읽으면서 내 삶에 대해 되돌아보고 깨달은 것이 많았다.
온전히 존립할 수 없다면
처음 주인공에게 든 느낌은 측은했다. 그는 본인의 기분과 만족이 아닌 타인의 불편함, 불쾌감을 우선으로 행동한다. 타인을 이해하지 못하지만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이 타인에게 불편함과 불쾌감을 줄까 봐 익살스럽게 행동한다. 그래서 그는 항상 본심이 들킬까 조마해한다. 결국 삶의 기준이 본인이 아닌 타인이 되어 그는 그 자체로 존립할 수 없었던 것 같다.
그렇게 익살스럽게 행동하며 타인에게 좋은 이미지를 쌓으며 처세에 대해서 터득한 것 같다. 요즘말로 하면 인싸가 된 것 같다. 겉으로 보기에는 좋은 입담과 외모를 가졌지만 속은 텅 빈, 블랙홀과 같은 사람처럼 느껴졌다. 이후 본인이 하고 싶은 것들이 생겨 시도를 해보지만 결국 취약한 본인이 드러날까 봐 포기하는 것은 그 자체로 존립할 수 없어서 그렇게 행동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자기기만
주인공의 모습을 보면서 자기기만을 많이 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사랑받을 수 없다고 하지만 사랑받고 싶었고 행복할 수 없다고 하지만 행복하고 싶었다. 본인이 진정 원하는 것이 있지만 원하지 않는다고 자기기만을 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그가 더욱 비참하게 느끼고 무기력해진 게 아닌가 싶다.
후반부로 갈수록 주인공이 원하는 것들을 행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것이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본인이 원하는 것을 행하는 것 같다. 하지만 그것들이 주인공을 행하게 만든 것인지 주인공이 진정 원해서 하는 것인지는 독자에 따라 다르게 느낄 것 같다.
나는 주인공이 처음부터 끝까지 본인의 주도가 아닌 주변환경에 의해 이끌려 가고 있는 듯했다. 하지만 주인공이 이야기하기를 본인이 원해서 하는 것처럼 표현하는 것 같았다. 이런 부분들이 나에게 주인공이 자기기만한다는 생각을 들게 만들었다.
겁쟁이는 행복마저도 두려워하는 법입니다
내가 소설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주인공이 시즈코와 살다가 술을 진탕 먹고 집에 왔을 때 시즈코와 그녀의 딸, 시게코의 사랑스러운 모습을 보고 본인이 저 행복, 사랑에 끼여 더럽힐 수 없다고 생각하고 홀연히 떠나버리는 장면이다. 이전에 주인공이 이야기했던 "겁쟁이는 행복마저도 두려워하는 법입니다."가 생각났다.
이 장면을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나도 내 삶에서 겁쟁이와 같은 순간들이 있을까?", "내가 주인공이었다면 다른 선택을 했을까?", "내 주변에서 같은 케이스가 존재할까?"와 같은 생각들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주인공의 이러한 모습은 나의 숨기고 싶은 과거와 오버랩되었다. 행복하면 그 뒤는 행복한 만큼 불행함이 몰려올 것이라고 어릴 적에 무의식적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나의 세계와 경험을 온실 속 화초처럼 지내왔다. 정말 운이 좋게도 성장해 오면서 가족, 친구들이 많은 힘이 되어주었고 그로 인해서 지금은 내 세계를 많이 넓힐 수 있었다.
어릴 적 나에게 말해주고 싶다. "조금만 용기를 가져봐. 행복조차 두려워하는 겁쟁이는 아니잖아?"
마무리
책을 읽으면서 전부는 아니지만 주인공에 이입하게 되어 여러 가지 생각을 했다. 답을 찾은 듯한 생각들도 있었지만 여전히 곱씹어 보면서 맴도는 생각들도 많다. 자기 개발서와는 다르게 소설은 주인공을 통해 이야기를 보여주고 이를 통해 독자에게 간접적으로 질문하는 것이 좋았다. 주인공을 통해서 깨달은 것 하나는 사람들에게 미움을 받을 수 있지만 용기를 내어 본인의 취약한 점을 보이고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초등학교, 중학교 이후로 오랜만에 읽은 소설이었다. 흐릿했던 기억이지만 소설을 읽을 때 나만의 상상으로 재미있게 읽었던 것이 떠올랐다. 이 책을 읽으면서 소설에 대한 재미를 다시 깨닫고 다른 소설책들에 대해서도 궁금하게 되었다. 추후 유명한 고전 소설들을 차근히 읽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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